
동대문 패션 도소매 B2B SCM(공급망 관리) 서비스로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 스타트업 '패션온'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2025년도 회계감사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받으며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화려한 외형 성장 뒤에 감춰져 있던 심각한 재무 불확실성과 내부 통제 부실이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법인 해솔이 2026년 4월 3일에 제출한 제4기(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온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은 '의견거절'로 표명되었다. 감사인은 회사 경영자로부터 2025년 및 2024년 12월 31일 현재의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등 기본적인 재무제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감사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 명세서와 증빙 자료, 경영자 서면진술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전혀 제출하지 않아 심각한 감사범위의 제한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감사의견의 근거가 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료: 패션온 홈페이지]
패션온의 이 같은 재무적 위기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직전 연도인 2024년도(제3기) 감사보고서에서 이미 치명적인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당시 감사인은 기초 및 기말 재고자산 실사에 입회하지 못해 재고자산 수량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정의견'을 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열악한 재무 건전성이었다. 패션온은 2024년 한 해 동안 약 11억 3,9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말 기준 회사의 총자산은 약 5억 9,900만 원에 불과한 반면, 총부채는 약 17억 5,300만 원에 달했다. 유동부채가 총자산을 10억 3,600만 원 초과하고, 총부채가 총자산을 11억 5,500만 원이나 초과하는 심각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인은 이미 2024년 보고서에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하며 붕괴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2022년 4월 김민준 대표가 설립한 패션온은 한국 동대문 시장과 소매 간의 주문, 정산, 입금, 세금계산서 발행 등 사입 관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으로 단기간에 급부상했다. 설립 첫해인 2022년 261억 원, 2023년 573억 원, 2024년 722억 원의 막대한 매출액을 기록하며 외형적으로는 눈부신 초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성장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2023년 7월에는 신용보증기금 혁신스타트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인 '스텝업 도전 기업'에 선정되었고, NICE평가정보로부터 '기술평가 우수인증기업(T-5)' 마크를 획득했다. 최근에는 2025년 인천테크노파크 '인천 라이징스타'로 선정되며, 한국의 동대문과 미국의 LA 쟈버(Jobber) 도매 시장을 연결하고 AI 기반 콘텐츠 생성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글로벌 비전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2025년도 감사 '의견거절' 사태는 이러한 장밋빛 비전과 외형 성장이 사실상 '모래성'이었음을 시사한다. 매년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막대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막지 못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급기야 가장 기본적인 회계 결산 자료조차 외부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못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의 완전한 마비 상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현금 결제 관행이 짙은 동대문 패션 유통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글로벌 B2B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던 패션온이, 재무 불확실성 속에서 경영 정상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존립의 기로에서 좌초될지 업계의 짙은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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