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빙·쿠팡 등 대형 플랫폼에 이어 중견·중소기업까지 공격 확산…올 상반기 랜섬웨어 신고 76.8% 증가
아우디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고진모터스가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회사가 고객에게 보낸 안내문에 따르면 이름과 연락처뿐 아니라 차량과 계약 정보까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고진모터스는 9일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난 6일 사내 일부 서버에서 랜섬웨어 감염을 비롯한 외부 불법 접근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한 정보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 ▲차량 및 계약 정보 등 서비스 이용 정보다.
고진모터스는 현재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고객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거나 열람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회사는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고객들에게 먼저 사고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외부 침입을 확인한 뒤에는 해당 서버망을 차단하고 보안 통제를 강화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도 신고를 마쳤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 대상 고객에게 다시 알릴 예정이다. 고진모터스는 고객들에게 회사를 사칭한 문자와 이메일, 전화에 주의하고 다른 사이트에서도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다면 변경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고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차량과 계약 정보다. 실제 유출이 확인될 경우 공격자는 고객이 보유한 차량이나 계약 관계를 알고 접근할 수 있다. 단순히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보다 훨씬 정교한 사칭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차량 정기점검이나 보험 갱신, 리콜, 부품 교체, 계약금 환급 등을 내세워 악성 링크를 보낼 수 있다. 고객이 실제 보유한 차량과 거래한 딜러사를 언급하면 평범한 스팸 문자보다 속을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현재까지 차량 및 계약 정보가 실제로 외부에 유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진모터스 역시 안내문에서 해당 정보를 ‘유출 의심 항목’으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랜섬웨어 감염 사실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티빙 다음은 강남언니, 이번에는 자동차 딜러사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침해 사고는 특정 업종이나 대형 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티빙에서는 정부 조사 결과 활성·휴면·탈퇴 계정을 포함해 약 3,954만개 계정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뿐 아니라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과 개발 프로젝트 자료도 함께 빠져나갔다. 티빙은 현재 피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
앞서 쿠팡에서도 고객 이름과 이메일, 배송지 주소록, 일부 주문 정보 등에 외부에서 무단으로 접근한 사고가 발생했다.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에서도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이어졌다.
며칠 전에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에서도 약 22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이름과 연락처 같은 기본 정보뿐 아니라 상담 내용과 시술 정보, 상담 과정에서 등록한 사진 등이 포함됐다. 강남언니의 정보는 일반적인 회원정보보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 엄밀히 말하면 의료기관이 작성한 진료기록 전체가 유출된 사건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가 어떤 시술을 알아봤는지, 어느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했는지, 어떤 사진을 상담에 사용했는지가 드러날 수 있다.
고진모터스 사고도 구조는 비슷하다. 대형 플랫폼처럼 수천만명의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되는 사고는 아닐 수 있지만, 차량과 계약 내용처럼 개인의 생활과 소비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유출 건수만으로 사고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해커들의 표적,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넓어졌다
기업 규모가 작다고 공격 가능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접수된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447건으로 전년보다 45.6% 증가했다. 원인별로는 해킹이 276건으로 전체의 61.7%를 차지했다. 민간기업의 유출 신고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47%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높았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 나빠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집계한 2026년 상반기 국내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는 1,2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랜섬웨어 신고는 145건으로 76.8% 늘었다.
랜섬웨어 공격도 과거처럼 파일을 암호화하고 복구 비용만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서버에 침입한 뒤 자료를 먼저 빼내고, 시스템 복구 비용과 정보 비공개 대가를 함께 요구하는 ‘이중 갈취’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서버에서 갑자기 대량의 데이터가 전송된 흔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격자는 반드시 가장 큰 기업만 노리지 않는다. 고객 정보는 많지만 보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거나, 오래된 서버와 업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업이 오히려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딜러사와 병원, 학원, 여행사처럼 고객의 신원과 계약 내역을 함께 보관하는 기업은 보유 정보의 활용 가치도 높다.
고진모터스는 2025년 매출 2,619억원을 기록한 아우디의 최대 딜러사다. 대형 정보기술 기업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고객과 차량 판매·정비 정보를 축적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사이버 공격의 범위가 온라인 플랫폼과 통신·유통 대기업을 넘어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비스 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출 규모보다 ‘어떤 정보가 결합됐나’가 중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이름과 전화번호는 이미 여러 차례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업에서 빠져나간 정보가 결합되면 위험은 더 커진다. 쿠팡의 배송지와 주문 정보, 통신사의 가입 정보, 티빙의 계정 정보에 강남언니의 상담·시술 정보나 고진모터스의 차량·계약 정보가 더해질 수 있다. 공격자는 이를 이용해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거주지, 소비 성향, 이용 서비스까지 추정할 수 있다.
개별 기업에서 발생한 사고를 서로 무관한 사건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 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회수하기 어렵고, 다른 정보와 결합될수록 사칭 문자와 보이스피싱의 신뢰도를 높이는 재료가 된다. 고진모터스 고객이라면 당분간 차량 점검, 리콜, 보험 갱신, 계약금 환급 등을 명목으로 한 연락을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바로 누르기보다는 고진모터스 공식 홈페이지나 기존에 이용하던 전시장·서비스센터를 통해 내용을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피해 규모와 실제 유출 여부는 정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개인정보 침해 사고는 더 이상 수천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형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 정보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규모나 업종과 관계없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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