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5 TUETUESDAY, SEPTEMBER 15, 2026

2년 만에 매출 18배…‘SEOUL 1988’로 해외서 뜬 케이시크릿

2년 만에 매출 18배…‘SEOUL 1988’로 해외서 뜬 케이시크릿

2023년 23.4억이었던 케이시크릿의 매출은 2024년 81.3억, 2025년 426억으로 뛰었다. 2년 만에 18.2배가 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2.2억, 순이익은 84.2억이었다. 영업이익률도 3.9%에서 24%로 높아졌다.

실적이 달라진 시점은 ‘SEOUL 1988’ 제품군이 나온 때와 겹친다. 해외에서 레티날 세럼이 팔리기 시작하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늘렸고, 아마존을 넘어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판매처를 넓혔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 온 ‘SEOUL 1988’

정구윤 대표가 이끄는 케이시크릿은 화장품 제조와 유통, 전자상거래를 하는 회사다. 법인은 2020년 설립됐고 직원은 약 60명이다. 회사는 브랜드 출범 시점을 2019년으로 소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SEOUL 1988’은 2024년 1월 출시됐다. 대표 상품은 레티날 리포솜 2%와 흑삼 추출물 58%를 넣은 세럼이다. 이후 아이크림과 에센스, 크림, 클렌징 제품, 선크림 등으로 종류를 늘렸다.

제품명에 ‘SEOUL’을 넣은 이유는 분명하다. 해외 소비자가 이름만 보고도 한국 화장품이라는 사실을 알아보게 하려는 것이다. ‘1988’은 서울올림픽 자체를 뜻하지는 않지만, 서울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를 상징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처음부터 케이시크릿이 아마존 판매를 직접 맡은 것은 아니다. 리셀러를 통해 유통되던 제품이 별다른 대규모 광고 없이 판매 순위에 오르자 회사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아마존 운영 지역을 넓혔다. 2026년 8월 현재 미국 아마존에는 대표 레티날 세럼이 최근 한 달간 3,000개 이상 팔린 상품으로 표시돼 있다. 회사는 이 제품이 아마존 초이스에도 선정됐다고 밝혔다.

반응 확인하자 광고비 10배 늘려

제품 반응이 나오자 케이시크릿은 마케팅에 속도를 냈다. 광고선전비는 2024년 6.4억에서 지난해 67.6억으로 10.5배 늘었다. 매출에서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7.9%에서 15.9%로 높아졌다. 지난해 늘어난 판매비와관리비 100.9억 가운데 61.2억이 광고선전비였다. 증가분의 60% 이상을 광고에 쓴 것이다.

중심에는 인플루언서가 있다. 케이시크릿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제품 성분과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할 인플루언서를 직접 찾는다. 회사 채용 자료에는 지금까지 전 세계 인플루언서 3,000명 이상과 협업했다고 적혀 있다. 팔로어가 많다고 무조건 손을 잡는 방식은 아니다. 레티날과 흑삼, ‘SEOUL 1988’이라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외 인플루언서의 사용 후기와 소비자의 리뷰가 쌓이고, 이를 아마존 구매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어떤 광고가 얼마의 매출을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광고비를 61.2억 더 쓴 해에 매출은 344.7억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과 아마존 판매도 함께 늘었다. 마케팅과 매출 성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난해 성장을 모두 입소문 덕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매출 100원 가운데 약 16원을 광고에 썼다. 해외에서 먼저 나타난 제품 반응에 광고비를 집중해 판매 규모를 키운 쪽에 가깝다.

102억 이익을 만든 것은 원가율

광고비가 10배 넘게 늘었는데도 케이시크릿은 지난해 102.2억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익을 늘린 결정적인 요인은 원가율이었다. 2024년에는 제품 100원어치를 팔 때 약 72원이 원가로 나갔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약 48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률은 27.9%에서 52.3%로 상승했다.

반면 광고비와 인건비 등이 포함된 판관비 비율은 24%에서 28.3%로 높아졌다. 판관비는 이익률을 낮췄고, 원가율 하락이 그 부담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영업이익률이 20.1%포인트 오른 이유다. 생산량이 늘면서 제조 단가가 낮아졌거나, 마진이 높은 제품과 판매처의 비중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해외법인이나 유통업체와의 거래 방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제품별 원가와 유통 경로가 공개돼야 알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실적에서 먼저 볼 숫자는 광고비보다 매출총이익률이다. 매출이 계속 늘더라도 지난해 기록한 52.3%를 지키지 못하면 영업이익 증가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다.

재무제표 수출 222억, 회사 발표는 2,000만달러

지난해 수출 매출은 222.5억으로 전년 66.9억보다 3.3배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52.2%다. 회사 자료에는 조금 다른 숫자가 등장한다. 케이시크릿은 2025년 북미와 독립국가연합(CIS) 등 40개국으로 진출해 수출 2,000만달러를 달성했다고 소개한다. 달러당 1,400원을 적용하면 약 280억으로, 재무제표의 수출 매출보다 약 57억 많다.

회사는 해외법인을 합산한 2025년 매출이 500억을 넘어섰다고도 밝혔다. 국내 법인 매출 426억에 해외법인 매출을 단순히 더할 수는 없다. 국내 법인이 해외법인에 제품을 공급했다면 같은 매출이 양쪽에 한 번씩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2,000만달러가 통관실적인지, 해외법인 판매까지 포함한 금액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총자산의 절반이 재고

매출이 급증하면서 제품도 대량으로 확보했다. 재고자산은 2024년 말 약 600만원에서 지난해 말 65.2억으로 늘었다. 총자산 133.9억의 48.7%다. 지난해 사들인 제품은 약 268.6억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팔린 제품 203.4억이 원가로 반영됐고, 남은 65.2억은 재고로 잡혔다. 지난해 매출원가를 기준으로 보면 약 4개월치 물량이다.

판매가 계속 늘면 미리 확보한 재고가 올해 매출로 바뀐다. 반대로 판매 속도가 둔화하면 할인이나 폐기 부담이 생긴다. 이 경우 지난해 크게 높아진 매출총이익률도 다시 낮아질 수 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억에서 42.1억으로 늘었다. 단기차입금은 2.7억으로 현금보다 적다. 자본총계도 3.1억에서 87.3억으로 증가했다.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에는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순이익 84.2억이 그대로 이익잉여금에 쌓였다. 외부 증자로 자본을 늘리거나 배당으로 이익을 내보낸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부채는 46.6억이다. 이 가운데 미지급법인세가 20.4억, 미지급비용이 14.7억이다. 지난해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103.3억, 법인세비용은 19.1억으로 유효법인세율은 18.5%였다.

온라인 흥행,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질까

케이시크릿은 올해부터 판매처를 오프라인으로 넓히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는 대표 레티날 세럼을 2개 묶음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얼타 입점도 확정됐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로스만과 DM, 더글라스, 중동에서는 부츠 등으로 유통망을 넓혔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크림을 판매하고 있다.이들 판매처는 지난해 결산 이후 본격적으로 늘었다. 2025년 실적을 설명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올해 성장세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케이시크릿은 해외에서 반응이 온 제품을 찾아냈고, 광고비를 과감하게 투입해 매출을 키웠다. 이제는 지난해 쌓아둔 65.2억의 재고를 제값에 팔고, ‘SEOUL 1988’의 인기를 다른 제품으로 넓혀야 한다. 아마존과 SNS에서 시작된 흥행이 코스트코와 얼타 등 오프라인 매장의 반복 주문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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